필자는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질문 중에 하나가 외국계 기업에서는 성과가 안 좋으면 바로 잘린다던데 괜찮아?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기업보다 고용관계에 있어 더 자유롭다는 생각에 대해 같이 알아보도록 합시다.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lan)란?
최근 국내 대기업 위주로 오랫동안 PIP를 통해 성과, 역량이 개선되지 않은 직원을 해고한 경우,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판례가 나오면서 PIP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PIP란 Performance Improvement Plan or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등의 약자로 사용되며, 국내에서는 저성과자 성과/역량 강화 프로그램 정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성과 또는 역량이 낮은 직원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를 통해 성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PIP 결과가 지속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징계 또는 심한 경우 해고까지 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그 목적은 말 그대로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과 기회부여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과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PIP제도가 성과/역량 향상, 강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순히 회사의 필요에 의해 제도 하에서 저성과자를 선발하고 합법적으로 해고,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로 운영이 되는 경우라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근로자들도 PIP제도가 회사가 시행하는 분위기와 관례를 보면 성과/역량 향상에 목적을 두는지, 해고를 위한 의례적인 절차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 = 우리나라의 노동법(근로기준법 등)을 적용
외국계 기업이라고하여 우리나라 기업과 다른 노동법을 적용받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외국계 기업 중에도 우리나라에 지사가 없고, 외국에 위치한 법인에서 국내에 거주 중인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거나 직원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가 외국의 법인에서 수행하는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에 설립되어 있는 외국계 기업은 국내 노동법을 적용받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내가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에 취업을 하였고, 근로계약을 통해 4대 보험 취득신고, 급여를 받고 소득세, 주민세 등을 매월 납부하고 있는 경우라면, 우리나라의 노동법을 적용받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상사로 보이는 Manager가 직원의 잦은 실수를 지적하고 고용관계가 지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You're Fired!"라고 한마디 던지면, 근로자는 아무런 대화도, 뭐도 없이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등 외국의 사례에서는 자유롭게 해고를 할 수 있는 국가도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더 보수적이고 해고를 할 경우 그 내용에 대해 공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등 절차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다시말해 단순히 한번 수행한 PIP 결과가 Fail 또는 Under Performance결과를 받았다고 하여 바로 해고할 수 없습니다. PIP를 통해 해고를 하던, 징계해고를 하던, 해고가 정당성이 인정되려면 첫째,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어야 하며, 둘째,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고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포스트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당성이 있는 PIP를 운영하려면?
최근 PIP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여러가지 판례들이 나오면서, 기업들도 저성과자에 대한 PIP를 정당성 있게 운영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적법한, Best Practice라고 불릴 수 있을만한 공식적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여러 판례들을 통해 필자가 생각하는 PIP의 방향성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① PIP 프로그램의 목적 : 저성과자의 역량/성과 향상 (O) 저성과자 퇴출 (X)
앞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처럼, PIP는 그 목적 자체가 저성과자의 역량/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PIP가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인식이 돼서는 안됩니다. 회사도, 근로자도 상호 합리적인 목적과 절차를 토대로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② 저성과자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PIP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근로자는 내가 저성과자일수 있다는 것, PIP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왜 저성과자야?라는 의문을 가진 근로자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근로자는 본인 스스로가 저성과자라고 인정하는 못하는 이유를 수십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고, 회사는 그 이유를 듣다 보면 판단이 흐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수시로 직원들에게 회사의 평가제도, 저성과자에 대한 기준을 교육하고 정비해나가야 합니다.
③ 공정한 평가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실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평가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사담당자는 노벨상줘야한다는 진심 반 농담 반의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말은 직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아무리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평가제도도 근로자의 20~30%는 수용하지 못하고 평가에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근로자들이 회사의 평가제도에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① 상대평가에 대한 불만 ② 환경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성과하락 ③ 회사의 일방적인 인사배치로 인한 직무 불일치 ④ 회사의 목표를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일방적으로 부여 ⑤ 주변 동료와의 비교에 의한 불만(업무 난이도, 업무량 등) 입니다.
그렇기에 HR은 사내 직무와 직원들에 대한 역량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평가제도의 개선과 교육을 지속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연 1회 평가보다는 연 1회, 분기별로 하거나 OKR과 같이 평가기간을 프로젝트 단위로, 짧게, 수시로 하는 문화도 생기고 있으며, 평가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조정을 공식적으로 시행하여 직원들의 평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저성과자의 선정과 인정에 있어서도 그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평가를 잘 정비해 놓는 것이 성공적이고 정당한 PIP를 수행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④ PIP 절차와 방법을 규정
PIP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성과자로 선정된 근로자에게 PIP에 대해 규정을 통해 절차와 방법, 결과와 후속조치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며, 절차를 진행하면서 주요 내용을 문서화 하고 상호 서명을 통해 진행결과를 투명하게 구비해야 향후 PIP결과에 대해 수용성을 높일 수 있으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PIP 후속조치에 대해 부당징계, 부당해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이슈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참고 : 통상적인 PIP 진행 프로세스
⑤ 리더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Review & Feedback
PIP가 성공적이고 정당하게 운영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Point는 역시 리더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며, PIP를 진행하며 진행상황에 대한 Review와 솔직한 Feedback을 통해 대상 근로자의 역량과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리더가 PIP를 진행하며 시작부터 '퇴출'이 목적이라면 그에 대한 관심도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대상 근로자 역시 PIP의 정당성을 부인할 수밖에 없으며 회사에 대한 불만과 오해로 관계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며, 당사자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PIP에 대한 이미지가 '퇴출 프로그램'으로 인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⑥ 충분한 기회와 기간을 부여
최근 PIP를 통한 해고가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를 보면, 저성과자에 대한 평가기간과, PIP를 통해 기회를 부여하는 기간을 사회 통념상 충분하게 부여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개선에 대한 의지도, 개선에 대한 가능성도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해고가 정당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단 한번 짧은 기간 동안 수행한 PIP를 통해 저성과자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번 PIP에 대한 기회를 부여하며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PIP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PIP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PIP를 수행하기 위해 수행하는 직무의 역할과 책임을 쉬운 업무로 전환하거나, PIP를 수행하는 시간, 교육을 받는 시간을 충분히, 명확하게 부여해야 합니다. PIP를 수행하며,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목표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PIP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PIP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PIP 결과에 수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⑦ PIP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아무리 회사의 인사담당자이고 오래동안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PIP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노무사, 인사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제도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과, 전문가의 도움이 합쳐지면 더욱 탄탄하고 효과적인 제도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오늘은 최근 여러 판례들도 이슈가 되고 있는 저성과자 역량/성과 향상 프로그램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회사는 저성과자의 역량/성과 향상을 통해 회사의 성과와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PIP를 운영해야 하며, 근로자 역시 저성과자로 낙인 되었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무기력한 회사생활을 하기보다는 PIP를 통해 내 역량과 성과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 회사와 근로자 모두 Win-Win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척확지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뒷날의 더 나은 성공을 위하여, 지금의 어려움이나 굴욕을 참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내가 어렵고, 주변에 창피하고, 회사에 굴욕을 당하는 시기에는 참고 인내하며, 몸을 추스르고 더 나은 성공을 위해 더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면 더 나은 미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본 글은 작성자가 HR담당자로 근무하며 지득하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면 수정 조치하여 정확한 내용을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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